주일 이야기/성서일과

2026년 8월 9일 ⎮ 성령강림 후 열한번째주일 성서일과 가해

Flowmgm 2026. 8. 5. 01:19

우리는 하루 종일 소리 속에 삽니다. 더 큰 자극, 더 확실한 응답, 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정작 조용히 건네오는 목소리는 놓치고,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는데 어느 날 소리 없이 무너진 모습을 봅니다. 머물러 앉아서 조용히 듣는 시간은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합니다.

 

 

갈멜산의 승리 다음 날, 엘리야는 동굴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바람과 지진과 불을 다 지나보내신 뒤, 가늘고 얇은 침묵의 소리로 오셨습니다.

시편의 시인도 말하기 전에 먼저 귀를 엽니다. "나는 듣나니." 그가 들은 말씀은 한 단어, 평화였습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하늘로 올라갈 것도 없고 심연으로 내려갈 것도 없다고. 말씀은 이미 당신의 입에, 당신의 마음에 와 있다고.

그리고 그 심연 위를 예수께서 걸어오셨습니다. 새벽 네 시, 밤이 가장 길고 어두운 끝자락이었습니다.

주님은 바람을 먼저 잠재우지 않으셨습니다. 바람은 그분이 함께 배에 오르신 뒤에야 그쳤습니다. 하나님의 응답은 상황의 제거가 아니라 임재의 도착입니다.

 

열심히 노를 젓는데도 제자리인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은 시간들이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설명하고 싶지 않은 동굴에 머물고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나만 홀로 남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주님은 오늘도 물으십니다. "너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그리고 꾸짖기 전에 먼저 손을 내미십니다.

이번 한 주, 소란한 소음(유투브, 티비 등)을 뒤로 하고 대신 조용히 침묵 가운데 머물러 봅시다. 그리고 말씀이 내 안에 머물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맞이해봅시다. 

 


 

구약 열왕기상 19:9-18 (새번역) | 침묵뒤에 오시는 하나님

9   엘리야는 거기에 있는 동굴에 이르러, 거기에서 밤을 지냈다.
그 때에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엘리야야, 너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10   엘리야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까지 주 만군의 하나님만 열정적으로 섬겼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은 주님과 맺은 언약을 버리고, 주님의 제단을 헐었으며, 주님의 예언자들을 칼로 쳐서 죽였습니다. 이제 나만 홀로 남아 있는데, 그들은 내 목숨마저도 없애려고 찾고 있습니다."
11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곧 나 주가 지나갈 것이니, 너는 나가서, 산 위에, 주 앞에 서 있어라." 크고 강한 바람이 주님 앞에서 산을 쪼개고, 바위를 부수었으나, 그 바람 속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12   그 바람이 지나가고 난 뒤에 지진이 일었지만, 그 지진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가고 난 뒤에 불이 났지만, 그 불 속에도 주님께서 계시지 않았다. 그 불이 난 뒤에,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가 들렸다.
13   엘리야는 그 소리를 듣고서, 외투 자락으로 얼굴을 감싸고 나가서, 동굴 어귀에 섰다. 바로 그 때에 그에게 소리가 들려 왔다. "엘리야야, 너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14   엘리야가 대답하였다. "나는 이제까지 주 만군의 하나님만 열정적으로 섬겼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은 주님과 맺은 언약을 버리고, 주님의 제단을 헐었으며, 주님의 예언자들을 칼로 쳐죽였습니다. 이제 나만 홀로 남아 있는데, 그들은 내 목숨마저도 없애려고 찾고 있습니다."
15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돌이켜, 광야길로 해서 다마스쿠스로 가거라. 거기에 이르거든, 하사엘에게 기름을 부어서, 시리아의 왕으로 세우고,
16    님시의 아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라. 그리고 아벨므홀라 출신인 사밧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서,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워라.
17   하사엘의 칼을 피해서 도망하는 사람은 예후가 죽일 것이고, 예후의 칼을 피해서 도망하는 사람은 엘리사가 죽일 것이다.
18   그러나 나는 이스라엘에 칠천 명을 남겨 놓을 터인데, 그들은 모두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도 아니하고, 입을 맞추지도 아니한 사람이다."

 

배경

주전 9세기, 북이스라엘 아합 왕(오므리 왕조) 시대입니다. 시돈 공주 이세벨이 들여온 바알(멜카르트) 숭배가 사실상 국가 종교로 자리 잡던 때였습니다. 바로 앞 18장에서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바알 예언자들과 대결해 압승했지만, 이세벨의 살해 위협 한 마디에 무너져 유다 최남단 브엘세바를 지나 광야로, 다시 40일 밤낮을 걸어 호렙 산(=시내산)까지 내려갑니다. 호렙은 모세가 하나님을 만난 곳이며, ‘40일’과 ‘동굴’은 출애굽기 33-34장의 모세 이야기(바위 틈에 숨은 모세)를 그대로 겹쳐 놓은 문학적 장치입니다.

 

관찰질문 1.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던지신 질문(9절)과 두 번째 질문(13절)은 무엇이며, 엘리야의 두 대답(10절, 14절)은 어떻게 다릅니까?

관찰질문 2. 바람·지진·불에 대해 본문이 반복하는 문장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결국 무엇 뒤에 오셨습니까?

묵상질문 지금 나의 ‘동굴’은 어디입니까? 하나님께서 오늘 나에게 “너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하겠습니까?

 


 

시편  85:8-13 (공동번역)

8   나는 듣나니, 야훼께서 무슨 말씀 하셨는가?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 그것은 분명히 평화, 당신 백성과 당신을 따르는 자들, 또다시 망령된 데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들에게 주시는 평화로다.
9   당신을 경외하는 자에게는 구원이 정녕 가까우니 그의 영광이 우리 땅에 깃들이시리라.
10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
11   땅에서는 진실이 돋아 나오고 하늘에선 정의가 굽어보리라.
12   야훼께서 복을 내리시리니 우리 땅이 열매를 맺어주리라.
13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 나가고, 평화가 그 발자취를 따라가리라.

 

시편  85:8-13 |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춘다

배경

시편 85편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뒤(주전 6세기 후반) 공동체의 정황을 반영하는 시로 널리 읽힙니다. 1-3절은 이미 경험한 회복을 회상하고, 4-7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회복을 탄원하며, 오늘 본문 8-13절은 그에 대한 응답으로 주어지는 예언자적 신탁입니다. 돌아오기는 했으나 성전은 초라하고 살림은 궁핍하던 시기 — 곧 ‘이미’와 ‘아직’ 사이에 선 신앙의 노래입니다.

 

관찰질문 1. 8절에서 시인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입니까? 그가 들은 말씀의 핵심 단어는 무엇입니까?

관찰질문 2. 10-13절에서 짝을 이루어 등장하는 네 단어를 모두 찾아보십시오. 각각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갑니까?

묵상질문 내 삶에서 ‘사랑’과 ‘진실’이 부딪히는 자리는 어디입니까? 그 둘이 서로 입 맞추게 하려면 내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합니까?

 


 

서신 로마서 10:5-15 (새번역)

5   모세는 율법에 근거한 의를 두고 기록하기를 "율법을 행한 사람은 그것으로 살 것이다" 하였습니다.
6   그러나 믿음에 근거한 의를 두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마음 속으로 '누가 하늘에 올라갈 것이냐' 하고 말하지 말아라. (그것은 그리스도를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7    '누가 지옥에 내려갈 것이냐' 하고 말하지도 말아라. (그것은 그리스도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8   그러면 그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네게 가까이 있다. 네 입에 있고, 네 마음에 있다"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전파하는 믿음의 말씀입니다.
9   당신이 만일 예수는 주님이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10   사람은 마음으로 믿어서 의에 이르고, 입으로 고백해서 구원에 이르게 됩니다.
11   성경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합니다.
12   유대 사람이나, 그리스 사람이나, 차별이 없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님이 되어 주시고,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풍성한 은혜를 내려주십니다.
13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14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들이 믿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부를 수 있겠습니까? 또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15   보내심을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성경에 기록한 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한 것과 같습니다.

 

로마서 10:5-15 | 말씀은 네게 가까이 있다

배경

로마서 9-11장은 “그러면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은 어떻게 되는가”라는, 바울이 가장 아파하며 붙든 질문을 다루는 단락입니다. 10장에서 바울은 두 개의 구약을 나란히 놓습니다 — 레위기 18:5(“율법을 행한 사람은 그것으로 살 것이다”)와 신명기 30:12-14(“말씀이 네게 가까이 있다”). 신명기 30장은 모세가 시내산 언약을 갱신하며, 흩어졌다가 돌아올 백성에게 주는 회복의 설교입니다. 즉 오늘 첫 본문의 무대(호렙)와 이 서신의 인용문이 같은 뿌리에서 자랍니다.

 

관찰질문1. 6-8절에서 바울이 인용하는 “말하지 말아라”는 무엇무엇이며, 그 대신 주어지는 말씀은 무엇입니까?

관찰질문 2. 14-15절의 “부른다 – 믿는다 – 듣는다 – 선포한다 – 보내심을 받는다”를 화살표로 그려 보십시오. 가장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묵상질문 나에게 복음이 ‘가까이’ 오게 하려고 걸어온 발은 누구의 발이었습니까? 지금 나의 발은 누구에게로 가고 있습니까?

 


 

복음서 마태복음 14:22-33 (새번역)

22   예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여 배에 태워서, 자기보다 먼저 건너편으로 가게 하시고, 그 동안에 무리를 헤쳐 보내셨다.
23   무리를 헤쳐 보내신 뒤에, 예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올라가셨다. 날이 이미 저물었을 때에, 예수께서는 홀로 거기에 계셨다.
24   제자들이 탄 배는, 그 사이에 이미 4)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풍랑에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바람이 거슬러서 불어왔기 때문이다.
25   이른 새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서 제자들에게로 가셨다.
26   제자들이,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오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서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서 소리를 질렀다.
27   [예수께서]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심하여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28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면, 나더러 물 위로 걸어서, 주님께로 오라고 명령하십시오."
29   예수께서 "오너라!" 하고 말씀하셨다.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 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갔다.
30   그러나 베드로는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물에 빠져 들어가게 되었다. 그 때에 그는 "주님, 살려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31   예수께서 곧 손을 내밀어서, 그를 붙잡고 말씀하셨다. "믿음이 적은 사람아, 왜 의심하였느냐?"
32   그리고 그들이 함께 배에 오르니, 바람이 그쳤다.
33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에게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선생님은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마태복음 14:22-33 | 퐁풍 한가운데를 걸어오시는 분

배경

지난 주일 본문인 오병이어(14:13-21) 바로 뒤에 붙어 있습니다. 예수는 제자들을 ‘재촉하여’(ἠνάγκασεν, ‘억지로 시키다’에 가까운 강한 동사) 배에 태워 먼저 보내십니다. 요한복음 6:15은 그때 무리가 예수를 왕으로 삼으려 했다고 전합니다. 곧 이 항해는 제자들을 정치적 열광에서 떼어내는 조치이기도 했습니다. 예수가 오신 시각은 “이른 새벽”, 곧 로마식 제4야경(대략 새벽 3-6시)으로 밤이 가장 길고 어두운 끝자락입니다. 갈릴리 호수는 해수면보다 200m 낮은 분지여서, 골란 고원에서 내려오는 밤바람에 급작스러운 역풍이 자주 일었습니다.

 

관찰질문 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세 마디(27절)를 그대로 적어 보십시오. 그중 가운데 말은 무엇입니까?

관찰질문 2. 바람은 정확히 몇 절에서 그쳤습니까? 베드로가 물에 빠져 들어간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30절)?

묵상질문 요즘 나를 가라앉히는 ‘바람’은 무엇입니까? 나는 지금 그 바람을 보고 있습니까, 나를 부르시는 분을 보고 있습니까?